위로의 연극, 충돌하는 골든 마스크
1.
언니랑 매끄러운 산의 높은 곳에서 스키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가기로 했다. (눈이 덮인 것은 아니었고, 흙도 아니고 뭔가 스르륵 하고 내려갈 수 있는 표면의 슬로프였음) 이것은 마치 짜여진 연극과 같아서 중간에 특정한 지점과 어떤 앵글에서 멈췄다가 다시 산 아래까지 내려가는 구성이었다. 중간 지점에 스르륵 도착했을 때 둘 다 잠시 엎드려 누워있나 휴식을 취하는 편한 자세로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 지점에 멈추면 따라 내려오기로 한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무용수 아가씨들이 있었고 계획대로 그들이 마치 가볍게 강강수월래를 하듯 우리가 있는 쪽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각각 한 명의 아가씨와 손을 잡고 내려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나보다 어려보이는 어떤 무용수가 내게로 와서 손을 잡더니 "왜 울고 있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아 별 거 아니에요."라며 눈물을 닦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모두 다 같이 거의 날 듯이 걸어 하늘하늘 내려왔다.
2.
뉴욕 같은 외국의 대도시에서 어떤 친구의 검정색 차를 얻어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정황은 그 전에 다같이 무슨 큰 행사를 마쳤고 행사에 쓰였던 부피 큰 소품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했던 사람 중 일부가 동승한 것이었다. 그 중에 몇몇이 먼저 내리고 나와 또 누군가가 차 주인을 남겨두고 가장 마지막에 내릴 차례였다. 사람 허리 정도까지 오는 트리 두 개와, 차 범퍼와 본네트까지만 절단된 프레임(역시 행사 소품용)을 차에서 내렸다. 트리 하나는 가지와 잎이 울창했고 하나는 거의 가지만 남아있었다. 둘 다 급히 떼고 남은 약간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붙어있었다. 신호등 앞 정차 중에 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뒤에서 오던 차가 우리가 내린 소품용 차 프레임을 들이받고 그대로 돌진하였는데, 마치 마스크팩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내렸던 프레임이 그 차의 앞부분에 그대로 합체가 되어 붙은채로 나아가버렸다. 그 프레임은 우리가 소품으로 쓰기위해 조악하게 금색 락카칠을 해놓은 것이었다. 어, 어, 저거 어쩌지? 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멈추지 않고 직진하던 승용차가 갑자기 거대한 트레일러로 변하여 약간 좁은 2차선쯤 되는 골목으로 진입했고, 속도를 줄이며 정지하더니 별안간 핸들을 꺾으며 급하게 후진과 전진을 하여 양 옆에 있는 두 쇼핑센터의 통유리 문을 박살냈다. 혹시 다친 사람이 있나 싶어 걱정하며 보았는데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엄청 단순하고 밋밋하게 생긴 행인 1, 2, 3, 4, 5,...들이 픽셀 하나 깨지지 않고 원통형 인형처럼 차와 깨진 문 사이로 퉁퉁 튕겨나왔다.
3.
K가 덧글로 '갈겁니다.'라고 남겨서 질색하며 무서워하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