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한 저작물들/글, 책9 피·가학적 충동의 메커니즘 가학적 경향의 정도는 다양하고, 더 의식적이거나 덜 의식적일 수는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 가학적 경향은 대개 사회적으로 덜 해로운 피학적 경향보다 더 무의식적이고 더 많이 합리화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가학적 경향은 타인에 대한 지나친 친절이나 지나친 관심의 반작용 형성으로 완전히 은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합리화는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엇이 너한테 제일 좋은지 알기 때문에 너를 지배하는 거야. 너는 너 자신을 위해서 내 말에 거역하지 말고 따라야 돼." 또는 "나는 너무 훌륭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남들이 나한테 의존하기를 기대할 권리가 있어." 남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경향을 은폐하는 또 다른 합리화는 다음과 같다. "나는 너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것을.. 2016. 8. 24. 악은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에 관한 한나 아렌트의 명제를 생각해 보자. 아렌트는 평범성이라는 말로 아돌프 아이히만의 "천박한 무사고성"을 제기했으며 아이히만이 "자기가 저지른 짓을 결코 깨닫지 못한" 이유는 그가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는 상상력과 의지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아렌트가 인간의 악을 자연적 악에 근접한 그 무엇으로, 즉 끔찍한 의도는 없었으나 끔찍한 고통을 일으키는 사건으로 변형시킨 것은 아닌가? 그녀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악이라는 것에는 무언가 자꾸 균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있으며, 여기서 원인과 결과는 좀처럼 서로 조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악의 평범성에 관한 아렌트의 명제에는 악을 쉽게 자리 매김 할 수 없다는 구약 성경의 핵심적 통찰이 깃들어 있다. 악.. 2016. 8. 21. 우울증의 덫 / 문학을 소화할 수 없는 이유 (1) 54. "저로서는 적어도,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에 비춰보면 알 수 있는걸요. 왜 그런지 정신이 산란하고 울화가 치밀어서 참을 수 없을 때면,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정원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대무곡을 몇 곡 불러보거든요. 그러면 거뜬히 나아버린답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고 나는 대꾸했다. "우울증이란 꼭 게으름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것은 게으름의 일종입니다. 우리 인간의 천성은 게으름으로 기울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분발하기만 하면, 일은 잘 진척되고 활동 속에서 참다운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프리데리케는 매우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반.. 2016. 8. 15. 이전 1 2 다음